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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종말, 한국은 기초 공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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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칼럼에서는 경남 제조업의 현실과 AI 자동화, 그리고 지역 기업이 준비해야 할 변화를 다뤄왔다. 오늘은 시선을 조금 넓혀 국가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검색 산업과 AI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넷 검색의 중심이 ‘정보를 찾는 일’에서 ‘답을 얻고 행동을 맡기는 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네이버나 다음에 검색어를 입력한 뒤 뉴스, 블로그, 카페, 쇼핑몰을 차례로 찾아봤다. 이제는 AI에 질문하면 여러 자료를 종합한 답과 비교표, 구매 기준, 일정까지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기능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디지털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구조적 전환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검색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을 중심으로 독특하게 성장했다. 뉴스, 블로그, 카페, 지도, 쇼핑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 모으고 검색 광고로 연결했다. 이용자를 외부 웹사이트로 보내기보다 자체 서비스 안에 오래 머물게 하는 폐쇄형 ‘가두리’ 구조였다. 이 방식은 국내 콘텐츠와 광고 시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플랫폼 내부 노출과 수익형 광고 상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태계도 만들었다. AI 시대에는 과거의 강점이 오히려 한계가 될 수 있다. 기존 검색이 키워드와 관련된 문서를 진열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하나의 답을 만들고 예약이나 결제 같은 다음 행동까지 연결한다. 검색은 정보의 나열에 그치지만 AI는 판단과 실행을 돕는다. 최근 일부 조사에서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이 50% 안팎까지 내려왔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조사기관과 측정 방식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구글과 글로벌 생성형 AI 서비스로 이용자의 관심이 분산되는 흐름은 분명하다. 네이버 역시 AI 브리핑과 대화형 AI 탭을 확대하며 AI 브리핑의 월간 이용자가 3천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기존 검색 결과 상단에 AI 브리핑을 배치한 효과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AI 서비스를 선택한 결과인지, 기본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결과인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기존 검색화면 위에 AI 요약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진정한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광고 노출과 내부 콘텐츠 우선 배치, 서비스별로 분리된 데이터 구조가 그대로라면 AI 역시 이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답보다 플랫폼의 수익에 유리한 답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AI 전환을 위해서는 외부 서비스와 AI 에이전트가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개방하고 수익 모델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건물 내부를 수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초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거대 포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검색 광고와 플랫폼 유입 구조가 흔들리면 지역 온라인 쇼핑몰과 소상공인, 디지털 판로를 개척하려는 경남의 제조·유통기업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국내 이용자의 소비 데이터와 지역 산업 데이터가 글로벌 AI 기업에 집중되면 광고비와 플랫폼 수익을 넘어 국가의 데이터 주도권까지 약해질 수 있다. 정부가 민간 AI·IT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이러한 위기 의식을 보여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독자 AI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 산업별 데이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디지털과 AI를 통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과 데이터 기반 정책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한쪽이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다른 한쪽은 그 결실이 지역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의 인선만으로 산업 구조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공공 데이터와 저작물의 활용 기반을 넓히고, 국내 플랫폼의 개방성을 높이며, 지역 제조 기업과 소상공인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별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검색의 종말’은 검색창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키워드 광고와 폐쇄형 포털이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경고다. 지금 한국이 지켜야 할 것은 과거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AI 시대에 우리의 데이터와 산업을 스스로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데이터의 주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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