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회생전략, 유닉스 힘 빼고 x86 집중?
출처 : ZDNet 김용우 기자 yong2@zdnet.co.kr 지난 3일 HP는 애널리스트 미팅을 열고 기업 회생 전략을 밝혔다. 멕 휘트먼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비롯해 각 사업부 수장들이 총출동해 애널리스트들에게 6시간에 걸쳐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이려 노력했다.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HP가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겪겠지만 2014년부터 연구개발(R&D)과 내부 IT에 투자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해 매출을 통해 경영관리 능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은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2016년 여러 분야에서 시장 1위 자리를 쟁취해 재무지표가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O 발표 다음으로 캐시 레스잭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각 사업부별 수장들이 나와 전략을 발표했다. J.J. 샤혼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수석부사장, 토드 브래들리 프린팅퍼스널시스템그룹(PPSG) 총괄부사장, 데이브 도나텔리 엔터프라이즈그룹(EG) 총괄부사장, 조지 카디파 소프트웨어 총괄 부사장, 빌 벡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각 사업분야별 세부 전략을 설명했다. 그런데 엔터프라이즈 대상 인프라 사업 중 유닉스 서버의 회생전략은 뚜렷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단지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됐다. HP에서 유닉스 서버는 사라지는 물건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 멕 휘트먼 HP CEO는 지난 3일 애널리스트 미팅을 통해 기업 회생전략을 소개했다. ■멕 휘트먼 ‘인프라가 살아야 모두 살아난다’ 멕 휘트먼의 발표는 각 사업 영역별 설명 이전에 IT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보안 등이 떠오른 시점에서 HP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를 따졌다. 멕 휘트먼이 밝힌 각 사업부별 매출 규모를 보면, PPSG가 650억달러, EG가 320억달러. ES가 250억달러, 소프트웨어가 40억달러 수준이다. 특히 EG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 3종의 사업과 테크놀로지 서비스를 포함하는 사업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등을 위한 기업 인프라를 담당하는 곳이다. ▲ HP 전략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세우고, 그 위에 소프트웨어, 솔루션, 서비스 등을 차례로 얹어가는 형태다. 휘트먼은 HP의 핵심이 인프라와 하드웨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프라스트럭처 위에 소프트웨어가 올라가고, 그 위에 솔루션과 서비스가 차례로 층을 쌓는다. 4개 영역이 고르게 성장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프라 사업이 잘 돼야 모든 사업이 역동성을 갖게 된다. HP에 불어온 위기감은 PC나 프린터 사업의 위기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이는 EG의 각 사업들이 제자리를 이탈하면서, PPSG의 매출과 영업이익률 하락을 보전할 수단을 잃어버린 탓이다. EG은 전체 HP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사업이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43%를 차지하는 분야다. ■HP, 유닉스 축소하고 x86 강화? 작년부터 HP는 유닉스 서버 매출의 급감 속에 x86서버 사업마저 정체 기미를 보였다. 새 마음가짐으로 벌여나간 스토리지, 네트워킹 사업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보다 더뎠다. 스토리지나 네트워크는 마냥 비관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스토리지는 3PAR와 스토어원스가 성장세이고, 네트워킹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란 트렌드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물꼬만 터지면 언제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 HP가 예상하는 서버 시장 규모 변화 문제는 서버 사업이다. 데이브 도나텔리 EG 총괄부사장은 유닉스 시장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장기적인 축소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유닉스 서버 판매를 담당하는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BCS) 사업부 매출은 지난 1년간 분기마다 전년대비 평균 22%씩 감소했다. 지금은 최대 실적 때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시장 절반까지 차지했던 HP의 x86서버 사업도 작년 한해 정체기를 겪었다. 이 회사의 x86서버 판매를 담당하는 인더스트리스탠더드시스템(ISS) 사업부는 1년동안 분기마다 평균 6% 매출이 하락했다. 도나텔리 부사장은 “ISS는 2010년과 2011년 놀라운 성장 후 1년동안 많이 성장하지 못했다”라며 “현재 이를 해결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유닉스 서버의 경우 전체 시장이 2015년까지 2% 가량 축소될 것이라 전망했다. x86서버는 같은 기간 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즉 BCS는 전체 시장의 축소에 따라 더는 성장하기 어렵고, ISS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같은 추세를 설명하는 방법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다. 도나텔리 부사장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서버를 많이 사용하지만, 전과 달리 비용을 줄여야 하는 고민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객이 값비싼 유닉스보다 x86서버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 HP는 ARM, 아톰 등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고집적 저전력 서버 시장이 매출을 견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닉스 사업의 축소에 대해 HP가 세운 전략은 두 개 정도로 요약된다. 현재 시장 1위를 차지하는 x86서버사업을 꾸준히 성장시키면서, ARM이나 인텔 아톰 등 저전력 고집적 서버란 새 시장을 개척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BCS가 지난 1년동안 급격한 매출 하락을 보였던 이유가 오라클과 소송 때문으로 본 듯 했다. 지난해 3월 오라클은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차기 모델에 대한 SW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태니엄으로 유닉스 서버를 제작해온 HP는 이에 직격탄을 맞았고 발표 직후 분기 실적부터 BCS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나텔리 부사장은 최근 법원이 오라클의 SW개발 지속을 명령하면서 사태가 해결되고 있으며, 향후 실제 사업에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닉스에 대한 HP의 생각 ‘시간이 해결한다’ 도나텔리 부사장이 띄운 장표에 따르면, HP 내부 분석 결과 향후 3년 동안 유닉스 시장은 3%밖에 줄어들 지 않는다. 오라클 사태란 예상치 못한 이슈만 아니었다면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란 게 HP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 계산대로 라면 향후 BCS는 전같은 수준의 매출을 거두지 못하지만, 급격한 축소도 겪지는 않는 실적을 보일 수 있다. 이런 판단에서 현재 BCS의 과제는 시장 점유율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뿐이다. 올해말 인텔의 최신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슈퍼돔2 신제품이 나오면 대기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HP의 생각처럼 모든 일이 수월하게 될 가능성은 적다. 사업 부진의 원인이 회사 외부에 있었고 그 외부 요인이 해결돼 개선을 기대하는 건 순진해보일 정도다. 작년 HP는 오딧세이, 문샷 등 새로운 프로젝트 2가지를 발표했다. 이중 문샷은 ARM과 인텔 아톰을 사용하는 저전력 고밀도 서버개발에 대한 내용이다. 오딧세이가 유닉스 서버에 대한 내용이다.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동일한 인클로저 안에 아이태니엄 서버와 x86 서버를 모두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HP-UX, 논스톱, 오픈VMS 등 유닉스 OS와 윈도NT, 리눅스 등 x86기반 OS를 한 공간에 넣게 된다. 이를 통해 슈퍼돔2나 인티그리티, 논스톱 등에서 제공되는 각종 고가용성 기능들이 x86 기반 애플리케이션에도 지원된다. 관리자의 관리 포인트가 하나로 줄어들어 인프라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 3일 행사에서 멕 휘트먼 CEO나 캐시 레스젝 CFO는 물론, 데이브 도나텔리 부사장조차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서버 카테고리를 만든다는 설명과 함께 문샷 프로젝트만 언급했다. 오딧세이와 문샷 모두 작년 11월 발표된 프로젝트다. 한국HP 관계자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상용 제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고, 문샷은 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문샷만 언급된 것이지 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SDN과 클라우드, 하지만 미션크리티컬은?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공개된 HP 회생전략 최신 버전에서 유닉스에 대한 특별한 기획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버전은 이렇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 공급을 늘리고, 그에 수반되는 구축, 유지보수 등으로 서비스 매출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 HP 컨버지드인프라 설득력이 없진 않다. 클라우드나 빅데이터는 대규모 IT환경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성이 높아지면 전과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운영 부담을 줄이려면 여러 벤더의 제품을 혼용하기보다 한 벤더의 제품을 통으로 구매해 운영하는 게 쉽다. 도나텔리 부사장은 “고객들이 여러 벤더의 제품을 구매하는 베스트오브브리드란 전통적인 IT 구매방식에서 더 적은 업체, 더 규모있는 솔루션 공급자로부터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체를 정책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동안 인프라 관리 자동화의 장벽으로 남았던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바꾸는 SDN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발언이 줄기차게 나온다. 이는 모두 클라우드로 수렴된다. 컨버지드 인프라(앱시스템), HP 클라우드(클라우드 시스템), SDN(클라우드 매트릭스) 등 3개 축이 EG 전략의 핵심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HP는 2015년까지 연평균 29%씩 성장해 84억달러대 매출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 예측했다. 회계연도 2012년의 클라우드 매출은 39억달러로 전년대비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도 헛점은 있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여러 애플리케이션 중 ERP나 데이터베이스(DB), 기타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이 과연 얼마나 빠르게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전할 것이냐에 대한 분석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유닉스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고객의 생각변화를 이끌어내는 분석과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 ZDNet 김용우 기자 yong2@zdnet.co.kr
2012.10.11